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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공지사항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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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동팔
댓글 0건 조회 1,622회 작성일 19-03-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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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

                                                                                                                                                                                                                 정정애(발달장애인의 엄마)

남들은 말한다.

장애를 갖고 있는 자녀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다고.

그도 그럴 것이 20여년 전 아들이 특수학교 고등부를 졸업하고 가정에서 지내게 될 것을 염두에 두고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과 힘을 합하여 서너명을 위한 사설 특수교실 운영을 준비하였다.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낮동안 보호 받을 공간을 임대하고 함께할 특수교사까지 선임하였다.

그런데 계획이 현실이 되자 보호자의 욕구와 교사의 인식에 차이가 남을 느꼈고 결국 보호자들이 합심하여 운영해 보려던 특수교실은 문을 열지도 못하고 장애를 갖고 있는 자녀들을 위해서 도와줄 곳을 찾아 나서야 했다.

그 때 만난 곳이 1998년 가을 남가좌동에 문을 연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이었다.

이름은 컸지만 공간은 협소한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자녀들을 양육하는 보호자들의 노력과 당시의 사정을 경청한 사회복지사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복지관과 인연을 맺게 하였다. 일명 복지관 프로그램으로서의 주간활동지원이었다.

 

지금의 장애인주간보호사업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매일 아침 저녁 집 앞까지 셔틀차량이 운행되고 오전부터 오후까지 아이들을 복지관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복지관 관계자는 복지관 외부에 공간을 임대하고 전담 직원까지 배치하여 중증발달장애청년들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오늘날의 서대문장애인주간보호센터로 변화되기 전 아들은 2000년 말 서대문장복을 떠나 사랑의복지관으로 이동하여 사랑단기보호센터와 사랑의가족이란 그룹홈 서비스를 통해 주간과 야간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였다. 이후 가정형편의 변화로 다시 서대문장복으로 회귀하여 주간과 야간 지원을 받았던 곳이 서은단기보호시설이었다.

장애인단기보호시설을 이용한지 10여년이 지난 2012년 가을 서은단기보호센터 보호자들의 모임에서 단기보호시설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인 야간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을 운영해 줄 것을 요구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2013년 봄 장애를 갖고 있는 자녀들의 안정적인 야간생활에 대한 보호자들의 욕구가 시설장에게 전달되었고 2014년 여름 자녀들을 위한 공간마련의 방법이 구체화되었다.

SH공사 주택 공간 전세금을 보호자들이 부담하면 20149월부터 매주 토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가정을 대신해서 자녀들을 돌 볼 수 있고 2015년부터 주간에는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야간에는 이미 마련된 공간에서 보호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주말에도 귀가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보호자의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번갯불에 콩 볶아먹는 것과 같이 뜻을 같이 했던 멤버들에게 전화를 돌려 뜻을 전했다. 4명이었는데 3명에게는 전화통화로 뜻이 전달되어 즉석에서 같이하겠다고 확답을 받았는데 한 멤버의 아버지와는 통화를 하지 못했다. 급한 나의 성격은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어서 제 5의 멤버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연히 제 5의 멤버도 함께 하겠다고 했다. 이후 통화하지 못했던 보호자도 뜻을 같이하겠다고 해서 4명의 공동체 구성 계획이 5명으로 변경되었지만 힘을 합한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사는 허락하였다.

20149월부터 주말과 공휴일, 보수도 없지만 뜻이 있는 한 사회복지사의 수고로 보호자들은 쉼을 얻을 수 있었다.

20151월부터는 주간에는 복지관에서 야간에는 최종병기라는 지방정부 비지원 그룹홈에서 야간서비스를 받으며 살았다. 물론 주말과 공휴일에도 귀가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때도 야간생활지원 사회복지사는 무임 근로였다.

그렇게 장애아들을 맡겨두고 얼마 지난 2015년 봄, 일요일 오후 아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에 방문하였다. 그곳에서 소개해준 인물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자원봉사자라며 사회복지사가 소개해준 사람은 장애인이었다. 언어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고 왼쪽 팔다리의 기능이 마비되어 뇌졸중 후유증이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머리는 백발이 있는 70대 남자 어르신이었다.

당사자 앞에서는 표현하지 못했지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될 사람으로 인식하고 그 속마음을 사회복지사에게 말해 버렸다.

나는 그 뇌병변장애인에게서 온전함을 기대했고 사회복지사는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과 잔존기능을 본 차이가 있었다. 이후 그 뇌병변장애인은 장애를 갖기 전 택시기사를 했고 지금도 운전이 가능하다는 능력을 인정받아 복지관 차량으로 매일 아침 장애청년들을 그룹홈에서 복지관까지 데려다 주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매일 아침 8시가 되기 전 복지관에 출근하여 승합차를 운전하여 그룹홈으로 가서 이집 저집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을 승차시켜 복지관으로 이동시켜 주는 역할이었다.

어떤 사람이 그 일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20191월부터 뜻하지 않게 아들은 야간생활을 하기 위해 가정으로 돌아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복지관 활동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가정으로 돌아온 아들이 복지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다. 그 동안 이 신경을 부모를 대신하여 사회복지사가 써 주었는데 매일 아침 집에서 복지관까지 이동하는 인력이 필요하였고 오후 5시부터 다음날 복지관에 갈 때까지 야간생활을 지원하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 주말은 어떻게 할 것인가? 천상 주말서비스가 필요하였다. 역시 주말서비스가 있는 곳까지 이동지원이 필요하였다.

계획대로 사람을 배치하면 될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주말활동지원 약속을 했던 사람이 자신의 사정으로 인해 주말활동을 취소하여서 다른 지원인력을 섭외하여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차를 사용할 경우 자동차에 대한 감가상각비까지 계산해 줘야한다고 해서 그동안 지원받았던 장애인들의 귀중함을 알게 되었다.

당시 난 한 아동을 가정위탁보호하고 있었는데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야간보호까지 요청하여 거절할 수 없었다. 아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 상관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다 큰 아들이 조카 같은 아이에게 가해하여 할 수 없이 분리가 필요하였다.

결국 내 아들에게 목요일 야간과 금요일 야간 지원해줄 인력을 찾아야했다. 이 때 나 스스로 내 아들의 야간보호를 위해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품었던 모든 것을 다시 내 놓고 내가 원하는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정을 떠나 복지관에서 마련한 커뮤니티 케어 공간을 매 주 이틀씩 사용하기로 하였다.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야간, 커뮤니티 케어 좋은친구기억에서 지낸 내 아들은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잘 때 자야 보호하는 사람도 힘이 들지 않는데 거의 뜬 눈으로 지냈을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했더니 어차피 밤샐 각오하고 왔다며신경쓰지 말라는 한 마디는 스치는 말이 아니고 몇배의 감동과 잠시나마 함부로 생각했던 마음이 많은 럴 가다듬게 했고 내가 도움을 드려야 할지, 어떤 역할을 할지로 바뀐 큰 계기가 되었다.

왜냐하면 다른 장소의 야간 근무자로부터 내 아들로 인해 잠을 잘 수 없었다는 소리를 들은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첫인상, 선입견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크게 실수할 요인이 된다는 것을 나의 경험을 통해서 느끼게 되었다.

나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사가 그런 것처럼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서 온전한 것을 기대하기 보다 그가 가진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을 활용하게 해 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가 아닌가 생각하고 한 때 무시했던 장애인을 현재는 가장 의지하게 되었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혈압과 당뇨가 있으셔서 잠을 못 주무시면 몸에 이상이 올까봐 염려는 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고객감동이라고 생각하며 합력하여 선을 이루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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